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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024

2024/04/15 The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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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갈리친은 로맨틱 코미디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연기한 (잘생긴) 영국 왕자는 자신의 왕족으로서의 의무와 미국 대통령 아들에게 갖게 된 감정의 균형을 맞추느라 고초를 겪는다. 혹은 난잡한 고등학교 영화 '바텀즈'에서 맡은 (매력적인) 바람둥이 풋볼선수 역으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30살 이상이라면 '너란 개념'의 예고편에서 앤 해서웨이를 감성적으로 유혹하는 (섹시한) 보이밴드 가수로 그를 봤을 수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곧 개봉할 드라마 코미디 '너란 개념'은 OTT영화 중 역대 가장 높은 예고편 조회수를 기록했다.  
 
갈리친은 떠오르는 스타다. 당신이 제대로 보고 있다면 말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바로 '본다'라는 동사다. 많은 경우 그의 외모가 그가 맡게 된 역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29살의 영국 배우에게 그의 포부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그 통통한 입술과 조각 같은 광대뼈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는 어릴 적 반지의 제왕과 스타워즈에 빠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판타지나 SF를 해본 적이 없고 그런 중요한 장르도 시도해보고 싶어한다. 패딩턴 시리즈에서 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가 연기한 악당의 부조리한 모습을 경이롭게 생각하는 그는 그런 괴짜 같은 악역에도 도전하고 싶어한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으려면 배우로서 엄청난 기술이 필요해요," 그가 말했다. "그들은 둘 다 끝내주게 해냈죠."
 
차근차근 하면 되지 않겠는가? 갈리친은 여전히 섹시남을 연기할 것이다. 그 속에 뭔가 더 특별한 점이 있는 배역이라면 말이다. 그가 맡은 남자들에게 아름다움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또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최근 공개된 스타즈 시리즈 '메리앤조지'에서 제임스 1세를 유혹하여 계급 상승을 하는 야망 넘치는 영국 신하 조지 빌리어스에게 섹슈얼리티는 권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5월 2일 프라임에서 공개되는 '너란 개념' 속 팝스타 헤이즈 캠벨에게 인기는 그의 사생활을 뺏어가기에 약이면서도 독이 된다. 우연하게도 두 인물 모두 연상연하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이제 제가 일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3월말 런던 고향집에서 진행한 줌 인터뷰에서 갈리친이 말했다. 그는 미국 대사관에서 새로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런던으로 돌아왔다. 최근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는데, 다른 인터뷰들에서 처음 이사를 왔을 때 다들 너무 이뻐서 충격을 받았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그도 거기에 딱 어울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한 가지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갈리친보다 더 경험이 많은 동료배우인 해서웨이는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아티스트가 자신을 한 가지 역할로만 계속 캐스팅하는 것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 보면 그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큼이나 그 아티스트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죠."
 
"무명 시절 배우가 어떤 역할로 캐스팅되는 부분적인 이유는 높은 사람들이 보기에 그 역에 배우가 그냥 괜찮게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게 그 배우의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죠," 해서웨이가 말을 이었다. "닉은 타고나길 잘생겼고, 똑똑하고, 감성적이고, 재밌고, 스포츠를 좋아하고 근사해요. ...그리고 그에겐 보여줄 게 훨씬 정말 많은 걸 전 알고 있죠."
 
다시 휴 그랜트 이야기로 빠르게 돌아와보자. 줌 인터뷰 중 갈리친은 잠시 옆길로 새서 그랜트의 커리어가 어떻게 이상한 길로 빠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했다. 한 때 로맨스 주연이었던 그랜트는 이제 악당과 괴짜를 연기한다. 그는 '패딩턴2'의 감독 폴 킹과 함께 다시 만나 '웡카'에서 신경질적인 움파룸파를 연기했다. "그는 이전보다도 더 많은 존경을 받고 있어요. 정말 멋진 일이죠," 갈리친은 말했다.
 
갈리친도 이런 길을 따라가고 싶은 걸까? 언젠가는 그럴 수도. 다양성을 갈망하는 그는 존경하는 배우들 리스트를 읊었다. 제임스 맥어보이, 브래드 피드, 맷 딜런, 마이클 피트. "동년배 배우들도 정말 존경하고 있어요," 그가 덧붙이며 베리 키오건, 폴 메스칼 그리고 레오 우달을 언급했다. 그의 현재 롤모델은 라이언 고슬링이다. 오스카 후보에 오른 '바비'에서의 연기는 그의 오랜 팬들이 익히 알고 있던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고슬링은 드라마를 잘하지만 코미디도 무척 잘한다는 것을 말이다.
 
갈리친도 그렇게 될 수 있다. 2019년에는 심리호러 시리즈 '너의 심장', 2021년에는 뮤지컬 영화 '신데렐라', 2022년에는 로맨스 드라마 '퍼플하트'에 출연한 그는 10년째 연기를 해왔지만 그가 이름을 알린 건 작년 여름 공개된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에서였다. 그는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의 상대역으로 '이성적인' 남자를 연기했지만 - 물론 화제가 된 게이 섹스씬이 분명히 보여주듯 '이성애적'이진 않다 - 헨리 왕자 연기에는 신체적 코미디 요소도 꽤 있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작품들이 둘씩 짝지어 공개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은 헐리웃 배우 및 작가 파업 시기에 공개되었으며, 이는 레즈비언 고등학생들(아요 에데비리와 레이첼 세노트)이 짝사랑하는 여자애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과후활동으로 파이트클럽을 시작하는 내용을 다룬 미친 코미디 '바텀즈'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갈리친은 여자친구를 두고 바람을 피고 계속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르는 풋볼 선수로 나온다. 최근 앤 해서웨이 그리고 '메리앤조지'에서 그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줄리안 무어와 함께 연기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감정적으로 알몸이 되야 했던 '바텀즈'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닉은 기꺼이 멍청이가 되주었어요," 세노트가 말했다. 그녀는 엠마 셀리그만 감독과 함께 영화 각본을 썼다. 하지만 갈리친은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엄청난 불안을 극복해야 했다고 시인했다.
 
"어떤 면에서 연기란 게 그런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두려움을 생산적으로 발휘하는 것이죠." 이 말이 허세스럽게 들린다면 그것은 그의 농담처럼 "우리 배우들은 원래 자기중심적이고 허세스럽기 때문"이다.
 
런던 해머스미스에서 영국인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아래서 자란 갈리친은 회전근을 다치기 전까지 프로 럭비 선수를 진로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살면서 나중에야"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건 고등학교 졸업 직후였다. 그는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한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 오디션을 본 후 스카우트되었다.
 
약 10년 후, 그는 다시 무대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영화 '너란 개념'에서 가상의 보이밴드 어거스트문의 다섯 멤버 중 하나인 헤이즈 캠벨로서 말이다. 헤이즈는 코첼라 밋앤그릿에서 이혼 후 자신의 십대 딸과 함께 온 솔렌 마찬드(해서웨이)와 만난다. 헤이즈가 솔렌의 로스앤젤레스 아트 갤러리에 들린 후 그들은 몰래 만나기 시작한다. 각본가 제니퍼 웨스트펠트와 각본가이자 감독인 마이클 쇼월터는 로빈 리의 2017년 소설을 각색했다. 리는 이전에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은 해리 스타일스에 대한 내용이었던 적이 없었다"라며 그보다는 "40살에 다다른 여성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되찾고 자기자신을 재발견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제게 있어 헤이즈는 당연히 섹시하고 매력적이어야 했어요. 그리고 솔렌과 같이 관객들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죠," 쇼월터가 말했다. "겸손하기도 해야 하고 인간성도 있어야 했어요." 다시 말하자면 헤이즈는 싱글맘이 실제로도 연애하고 싶어할 수 있는 24살의 남자여야 했다. 장난스러운 외모 아래에 성숙하고 현실적인 면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닉은 전등이랑도 케미스트리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해서웨이가 말했다. "관계를 맺는 게 정말 편안한 사람이죠."
 
갈리친은 헤이즈가 인기로 인한 폐쇄공포증를 다루는 방식과 - 둘의 관계가 언론에 터지자마자 그와 솔렌은 인터넷의 혐오를 받게 된다 - 솔렌의 자아발견을 격려하는 방식에 흥미를 가졌다. "헤이즈와 저 자신 둘 다 사람들을 응원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동료애 그리고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갈리친이 말했다. "애니와 일하는 건 정말 즐거웠어요. ...우리 모두 이 영화가 그녀에게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최근 그는 "상황을 확연하게 바꾸는" 역들을 고르려고 하고 있다. '너란 개념' 촬영을 마친 후 거의 바로 그는 무어와 함께 작년 초에 '메리앤조지'를 촬영했다. 이 시리즈 또한 젊은 남성과 나이든 여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대비시키며 보여준다. 이번엔 16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말이다. 여기서 조지 빌리어스는 음해가 특기인 어머니 메리를 위해 왕의 궁정에 침투한다. 처음에 그는 가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어머니의 계획에서 장기말 역할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제임스 왕(토니 커런)을 이용하게 된다. "그는 섹스로 많은 사람들을 지배해요," 실존 인물을 허구적으로 각색한 조지에 대해 갈리친이 말했다. "그의 섹슈얼리티는 그를 강력한 방식으로 해방시켰죠."
 
이성애자인 갈리친은 이성애자가 아닌 인물들을 여럿 연기했다. "퀴어인 배우가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을 차지하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그가 말했다. "저는 이 인물들을 매우 훌륭한 깊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 봤어요." '메리앤조지'는 몇 세기 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여기서 조지는 자신의 퀴어함으로 인해 배척당하지 않으며 그건 왕도 마찬가지다. 조지에겐 부가적인 동기들이 더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 시리즈는 그럼에도 둘의 관계를 진정성 있는 것으로 다루며 그들의 성관계도 다정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묘사한다.
 
제작자 DC 무어는 "이 드라마가 근본적으로 남성의 신체를 보여주는 데 두려워하지 않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물 간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두 배우에게 공을 돌렸다. 이를 두고 갈리친은 "둘의 관계를 솔직하고 설득력 있게 다룰 책임감"을 함께 느꼈다고 말했다. '메리앤조지' 속 유머는 날카롭고 때로는 잔혹하며 대부분의 경우 고증에 맞지 않는 욕설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조지가 스트레스를 받은 제임스 왕 옆 바닥에 누울 때 둘이 주고받는 농담은 부드러우며 오랜 연인이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 같아진다. 갈리친과 커런은 대화의 일부를 애드리브로 채우기도 했다. 
 
"각본가로서 조금은 화를 내야겠죠," 무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두 배우의 애정 관계 연기니까요."
 
앤 해서웨이와 줄리안 무어 같은 거물들과 연기를 하다보면 갈리친은 자신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제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여전히 엄청 어린 풋내기에요," 그가 말했다. 내 커리어는 이제 막 시작이라는 느낌은 좋을 수 있지만 꽤 거슬릴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10년째 연기를 해왔으니 말이다. 그는 '스프링어웨이크닝'에서 연기한 배역이 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모리츠였나?" 그가 골똘히 생각하며 질문했다. "세상에, 그때가 전생 같아요."
 
그가 미래에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주제로 다시 돌아왔다. 화려한 SF 오락영화? 당연히 하고 싶다. 연극? 흠, 글쎄. ("제 영국 에이전트는 제가 연극을 하길 엄청 원하는데 전 아직 아닌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본 연극은 '얼음 장수 오다'였는데 오스틴 버틀러가 뽑혔죠.") 그는 '바텀즈' 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색다른 작품도 하고 싶고 최근 몇 년 간 목소리 연기자 오디션도 보고 있다. "절 안 뽑아줘요," 그가 침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기도해보자고요."
 
그는 그걸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30대의 언저리에서 갈리친은 지혜의 말을 믿는다. "죽음에 더 다다를수록 신경도 덜 쓰게 되죠." 어쨌든 지금 그는 성장 서사와 미남 주연 배역 사이에 머무르고 있고 이 시기에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기 까다롭다. 가까운 미래까지 계속해서 젊고 섹시한 - 그리고 흥미로운! - 역을 맡게 되겠지만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들의 얼굴에는 이제 '훌륭한 주름들'이 있다고 짚었다. 그들은 말 뿐만 아니라 얼굴에서도 현명함이 묻어나온다. 그는 어서 그들과 같이 되고 싶다.
 
"직업적 관점에서 되게 기대되잖아요, 그쵸?" 그가 말했다. "그 모든 훌륭한 배역들은 30대, 40대 그리고 50대에 등장하죠, 저는 지금 무언가 신나는 일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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